비몽사몽
시나브로 | 총2화
  장르: 성인 19
꿈일까? 현실일까? 대학후배와 선을 넘어버린 몽환의 순간.

비몽사몽 [상]

 



 





4년간의 대학생활을 통해 알게 된 남자 후배들 중에 인간적으로 아니, 이성적으로 끌리는 후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장준하, 그 이름 석 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준하는 내가 졸업반이 되던 해에 입학한 신입생이었다.

내가 준하를 처음 만난 것은 문학동아리 첫 미팅 때였다. 

그때 나는 동아리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준하는 훤칠한 키에 계집애처럼 하얀 피부 그리고 잘생긴 얼굴 때문인지 새로 들어온 동아리 새내기 6명 중에 유독 내 시선을 끌었다. 

나는 그런 준하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꼈고, 준하도 나를 선배가 아닌 누나처럼 대하며 살갑게 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선배라는 호칭보다 누나라는 호칭에 정겨움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시골에서 단신으로 서울로 유학 와 학교 앞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던 내게 준하는 그 언제부터인가 특별한 존재로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준하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졸업을 하자마자 기억의 한 모퉁이로 사라지는 옛 추억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2년 후 나는 중매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고 현재는 남편 회사에서 편집과 교정 일을 보고 있다. 

글을 좋아하는 내 성격에 맞는 일이라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편이다.

학교를 졸업한 그날 이후 자연스럽게 끊어졌던 준하의 소식을 들은 건 다시 1년이 지난 후였다.

그때 준하는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삼촌 회사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나는 심정적으로 애석했다. 

나만큼이나 글을 좋아하는 녀석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는 게 왠지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는 준하를 출판사로 불러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을 도우면서 글을 쓰든 말든 그건 준하의 몫이었다.

그런데 준하를 보는 순간 몇 년 전의 후배가 아닌 듬직한 남자, 그것도 성적 매력이 다분한 사내로 내 머릿속에 각인될 줄이야 하늘인들 알고 땅인들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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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는 오후 나절이었다. 

남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도서박람회에 참석 차 보름 예정으로 출장을 간 지 3일째 되는 날이었고, 나는 모 유명 작가의 장편소설 교정 작업 때문에 서재에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책상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남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잠시 며칠 전부터 온다온다 해놓고 전화 한 통화 없는 준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팔을 뻗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내 목소리는 준하를 예감이라도 한 듯 떨려 있었다.

"누나, 나 준하 …."

"저, 정말 준하니?"

나는 귓전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귀에 익은 준하의 목소리에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터라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응, 준하 맞아. 누나, 주택가라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지금 있는 곳이 어디니?"

"사거리 앞 슈퍼 앞이야."

"거기서 기다려. 누나가 바로 나갈 게."

나는 전화를 끊고 서둘러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문득 그 언젠가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 우산을 들고 남편 마중을 나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이도 아닌데 이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의 나답지 않았다. 

적잖이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허둥대는 꼴이 왠지 우스꽝스러웠다.

'이런 감정의 정체는 뭐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러는 이유가 까닭 없이 의문스러웠다. 

아니, 두려웠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냐, 아닐 거야. 그냥 반가워서 이러는 걸 거야.' 

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사거리 슈퍼 앞에 준하는 없었다. 

"어딜 갔지. 여기가 맞는데 …."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바로 옆에 있는 전봇대에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아 섰다.

"누나!"

"엄마야!"

나는 화들짝 놀라는 와중에도 바로 코앞에 검은 우산을 받쳐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준하를 빤히 쳐다보았다. 

4년 만에 처음 만나는 준하는 변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좀은 생기가 없어 보이는 표정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기사 여태 올바른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테지.'    준하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누나, 그때보다 훨씬 예뻐졌네. 형이 잘해주는 모양이지?"

"준하 넌 표정이 좀 어둡네."

순간 나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준하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아서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준하는 내가 무슨 생각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알고나 있는 듯이 대뜸 한소리 했다.   

"누난 이 준하가 한심하지?"

한심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화풀이를 하듯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 한심해. 멀쩡하게 생긴 놈이 아직 빌빌거린다는 게 속상해."   

"미안해, 누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는 준호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그런 표정이었다.

"미안한 줄 알면 약속해."

"약속?"

"그래 약속. 앞으로 누나가 하라는 대로 한다는 약속 말이야. 할 거야 말 거야?" 

"하, 할 게… 누나가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할 거야."

"그럼 됐어." 

나는 우산을 접고 준하 우산 속으로 들어가 우산을 들고 있지 않는 준하의 팔짱을 끼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 자신조차도 의아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왠지 모르게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점이었다. 

"어어… 누, 누나 이래도 돼 … 돼는 거야?"

준하가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뭐 어때, 동생인데 …." 

나는 한쪽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있는 준하의 신체 일부분을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왠지 모르게 야릇해지는 기분이었다.

'미쳤어,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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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형은 언제 오는 거야?"

준하가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아직 일주일 남았어. 준하 너, 옷이 다 젖었구나. 다른 옷 준비할 동안 샤워 먼저 해."

그러자 준하가 좀은 겸연쩍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도 돼?"

"얘는 … 누나 집에서 샤워하는데 그런 말은 왜 하니?" 

나는 겉으로는 당연한 것처럼 말했지만 속으로는 알다가도 모를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은 딱히 뭐하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라면 변화였다.

"그럼 나 샤워하고 나올 게."

준하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샤워기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천둥치는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려왔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준하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작은 동요였다.

'아, 내가 지금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꿈틀거리는 몹쓸 상상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망막 위로 준하의 근육질 알몸이 실루엣처럼 어른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쳤어, 미쳤어!'

나는 속으로 나 자신을 질책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고집스럽게 한쪽 방향으로만 쏠리는 야릇한 감정의 너울은 어쩌지 못했다. 

그 야릇한 감정은 다름 아닌 뜨거운 욕정에의 갈증이었다.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니 있었어도 안 돼. 준하는 그냥 후배일 뿐이야. 후배를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죄악이야. 그래, 나에겐 남편이 있어 … 남편을 배신할 순 없어.'

하지만 내 몸은 이미 준하에 대한 열정으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준하가 후배가 아닌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나는 교정 작업에 남편 출장 때문에 근 한 달 넘게 부부관계를 갖지 못했다. 

'이건 아냐. 난 그런 여자가 아냐.'

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남편이 입었던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들고 안방에서 나와 욕실 문 앞에 그것들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쉴 새 없이 이어지던 물소리는 이미 뚝 끊겨있었다.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나갔다.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겠구나. 거긴 비누 거품이 수북이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나는 온몸의 피가 뜨겁게 역류하는 듯했다. 

'아, 준하 그건 어떻게 생겼을까?' 

몹쓸 상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다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나는 준하의 입에서 가늘게 이어지는 신음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지칭하는 듯한 소리까지.

"으으, 누나…!"

순간 나는 준하가 자기 분신을 어루만지며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 준하야. 우리 이러면 안 돼.' 

나는 마구 뜀박질을 해대는 심장 박동소리를 안고 황급히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 침대 위로 몸을 날리다시피 했다. 

샤워기 물소리는 계속 내 귓전을 파고들고 있었다.

'준하야, 방에 들어오면 안 돼. 넌 그냥 거실에 있어 … 알았지, 준하야?'

나는 속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준하의 하반신 분신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래, 준하를 닯아 잘 생겼을 거야. 키도 크고 몸피도 클 거야. 그렇지 준하야? 그것도 널 닮았지? 준하야, 그렇다고 대답해. 그래야 이 누나가 … 이 누나가 ….' 

엎드려 있는 나는 어느새 왼손으로는 젖가슴을, 오른손으로는 와이계곡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점점 가빠지는 숨소리가 왠지 낯설지 않았다.

다시 물소리가 뚝 끊어졌다. 

나는 얼른 두 손을 떼어 내고 방문 쪽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옷을 주워 입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숨소리를 죽인 채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준하야, 들어오면 안 돼. 누나가 있는 이 방엔 들어오지 마. 제발 그렇게 해줘. 준하 내가 들어오면 … 이 누난 널 미워할 거야. 다시는 누나 동생 안 할 거야.'

이래서 여자를 두고 내숭덩어리, 모순덩어리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누나, 옷이 딱 맞아 … 어라, 누나 자는 거야?"

방안으로 들어서는 준하의 발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 짧은 시간에 깜박 졸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벽 쪽을 쳐다보며 누워 있었다.

"누나, 정말 자는 거야?"

'준호야, 다가오지 마.'

하지만 나는 이미 코끝을 어지럽게 간질이는, 준하의 몸에서 풍기는 향긋한 비누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 냄새 속에는 남자의 체취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황홀지경에 휩쓸리고 말았다,

'아! 남자 냄새야.' 

코에 익숙한 남편의 냄새는 아니라서 그런지 생경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오히려 나를 더없는 혼란 속으로 내모는 듯했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준호야, 그냥 나가줘. 더는 다가오면 안 돼.'

나는 정말이지 이대로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다행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 잠을 자는 거야. 그 길만이 나를 용서하고 준하를 구원하는 길이야. 그래, 잠을 청하는 거야. 잠을 …. 백, 아흔 아홉, 아흔 여덟, 아흔 일곱 … 예순 둘, 예순 하나 ….'

나는 속으로 숫자를 거꾸로 헤아리기 시작했다. 

---



 



 



'아, 으, 으음…!'

분명 꿈속이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가 내 입술에 감미로운 키스세례로 퍼붓고 있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듯한 촉촉한 입술 감촉이 현실감 있게 느껴지고 있었다.

'누구지? 그래, 남편일 거야. 언젠가도 이랬지.'

나는 남편일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남편 말고는 이런 감미로운 키스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서툴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래, 그이는 지금 출장 중이야. 그, 그렇다면 주, 준하 ….'

그제야 나는 이건 꿈도 아니고 이 집에 준하가 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지금 내 입술을 훔치고 있는 이 입술의 주인은 준하가 분명했다.

'아아,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어.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거야. 아아, 어쩜 좋아.'

마땅히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준하의 입술을 떨어지게 해야 했다. 

그런데 이 무슨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한 일인지 내 몸은 지독한 가위에 눌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준하의 입술 감촉에 매달리고 싶어 일부러 모른 척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준하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 준하야 … 이러면 안 돼! 난 누나고 넌 동생이란 말이야.' 

바로 그 순간이었다. 

뜨겁고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무언가가 입술 틈새로 파고들었다. 

그건 준하의 혀가 분명했다.

'아아, 결국에는 ….'

나는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바르르 떨어대며 나도 모르게 입을 슬그머니 열어주고 말았다. 

순간 감로수처럼 달디단 준하의 혀가 입안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준하의 혀 감촉은 나를 끝 간 데 없는 무아지경으로 거침없이 내몰았다. 

온몸이 눈처럼 녹아내리는 것도 모자라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제각각 분리되는 듯한 무서운 쾌감을 던져주고 있었다.

"으, 으음 …."

그런데 나라는 여자는 요부 끼가 다분한 여자인지 연기 아닌 연기로 나 자신을 기망하고 있었다. 

가증스럽게도 잠꼬대 시늉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준하의 혀 놀림이 제세상이라도 만난 듯이 과감해졌다. 

입안을 마구 휘저어대는 반경이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가지런한 치아를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혀로 핥는 건 기본이고 입술을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 당기기까지 했다.

'나쁜 자식, 이런 짓도 다 할 줄 아네. 하긴 나이가 얼만데 … 이 정도는 기본이겠지.'

처음에는 조금은 아쉽고 서운했지만 나중에는 그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처녀도 아닌 주제에 준하가 여자 경험이 없는 오리지널 총각이기를 바란다는 게 가당치도 않은 욕심일 뿐이니까.

한동안 내 입안을 줄기차게 희롱하던 준하의 혀가 어느 순간 쑥 빠져나가더니 귓바퀴 안으로 스며들어서는 비질하듯 핥기 시작했다. 

'나쁜 자식, 나더러 어쩌라고 이러는 거니? 제발 … 그만 멈춰! 제발 …!'

나는 한껏 부풀어 오른 심장이 펑 터져버릴 것만 같은 아찔한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뜨거운 숨결과 함께 퍼부어지는 혀 놀림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 어떤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준하는 그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마치 분풀이를 하듯 급기야 이빨로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다.

'악!'

하마터면 소리가 될 뻔했다. 

나는 준하가 귓불을 깨물 때마다 자지러질 듯한 쾌감에 몸을 사정없이 떨어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꿈이야.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이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그리고 꿈속이라 난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거야. 그래, 꿈이 아니고서는 준하가 이럴 리가 없어. 선배며 누나인 날 이토록 괴롭힐 리가 없어. 그렇지 준하야? 근데 준하야, 누나 너무 좋아 …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준하야, 누나 미쳐도 흉 안 볼 거지?'

나는 여전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엉큼하기 짝이 없는 나 자신이었다.

갑자기 침대가 출렁거렸다. 

준하가 침대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아아, 안 돼! 올라오면 큰일 나. 누나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단 말이야. 그러니 얼른 도로 내려가. 어서 준하야.'

준하의 체취가 강하게 코끝을 스치는 순간 내 손끝에 준하의 몸이 살짝 스쳤다. 

방금 샤워를 해서 그런지 매끈한 감촉이었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스런(?) 일이 벌어졌다. 

급하게 내 옷을 벗기고 본격적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탐닉하듯 애무부터 할 줄 알았던 준하가 내 바로 옆에 나란히 눕는 게 아닌가.

'그래, 준하야 그게 진정한 용기야. 근데 준하야 … 이 누난 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까.' 

문득 나는 이중적인 내 심보가 그지없이 얄미웠다.

"누나 …."  

내 쪽으로 모로 돌아누운 준하가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나를 불렀다.


[]

2015-05-23 by 썰맨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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