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불청객
시나브로 | 총3화
  장르: 성인 19
동창 와이프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유혹의 불청객 [상]

 



 





밤 10시경이었다. 

막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낯선 목소리가 정우를 당황스럽게 했다. 

"아, 안녕하세요!" 

당연히 아내 혼자 있어야 할 아파트에 손님이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경이 쓰이기 마련인데 그 불청객(?)이 안면이 있는 아내의 여고 동창이라면 이건 아예 긴장이 되기 일쑤다. 

"아, 예 … 오셨어요." 

거실 입구 앞에서 고개를 약간 숙이며 다소곳이 인사를 하는 그녀를 대하는 정우는 여간 쑥스럽고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정우는 냉장고 앞에 서있는 아내를 힐끔거리고는 곧장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내 미희는 남편 정우가 기분이 상했다는 걸 알고 조르르 안방으로 뒤따라 들어왔다, 

그때 정우는 넥타이를 풀고 있었는데 막 들어서는 아내에게 대뜸 잔소리를 퍼부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가정이 있고 남편이 있는 주부가 지금이 몇 신데 남의 집에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희가 대뜸 오른손 검지를 세워 정우의 입술에 갖다 대며 남편의 말을 가로챈다.  

"쉿! 조용히 얘기해요. 정희 듣겠어요." 

"그럼 좋게 말할 때 어서 돌려보내!"

미희의 손을 탁 털어낸 정우는 거침없이 말했다. 

"여보, 그게 좀 …." 

미희는 대뜸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꼬리를 얼버무렸다. 

"그거라니?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거야, 뭐야?" 

정우는 눈을 부릅뜨고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자 미희가 방문 쪽을 흘끔 쳐다보고는 나지막이 말문을 열었다. 

"여보, 사실은 그게 …."

"그래, 무슨 사정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

"여보, 정희가 우리 집에 올 수밖에 없었던 얘길 할 테니 그냥 모른 척 해줘요, 네, 여보?"

"모른 척 하고 안 하고는 내가 판단할 테니까 무슨 사정인지 말해."

미희가 알고 있는 동창 그녀의 가출소동(?)의 전모全貌는 이랬다. 

정희 남편이 어제 외박을 하고 오늘 점심 때 들어왔는데 와이셔츠 가슴 쪽에 여자의 붉은 립스틱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도 부족해서 팬티까지 뒤집어 입었기에 정희가 어떤 년 하고 잤느냐고 추궁을 하자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있는데도 한사코 그런 일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남편이 추잡하고 불결해서 쌍욕이란 쌍욕은 다 퍼붓고 홧김에 집을 나왔는데, 막상 아무 준비도 못 하고 나온 터라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여고 동창인 자기를 찾아왔다는 것과 오늘밤은 여기서 자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바람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는 게 아내의 얘기였다. 

"거참, 남편이 몹쓸 짓을 했구먼."

"그러니 여보, 내 얼굴을 봐서라도 내색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대해 주세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미희는 사정 투로 정우에게 매달렸다.

문득 정우는 이럴 때 아내 미희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도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지. 당신 체면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 

"하지만이라뇨?"

"오늘 한번뿐이야! 다시는 용납 안 해!" 

"고마워요, 여보! 나중에 당신 좋아하는 그거 해 드릴게요." 

뭐가 그리 좋은지 미희가 두 팔로 정우의 허리를 와락 껴안으며 평소에 하지 않던 애교를 떨어댔다. 

"그게 뭔데?" 

넥타이를 미희에게 건넨 정우는 그녀가 말하는 그게 무엇인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른 척했다. 

"어머, 설마 그게 뭔지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죠?" 

"글쎄 …." 

"어머, 이이 좀 봐! 능청까지 떠네." 

"글쎄, 그게 뭐냐니까?"

"뭐긴 뭐겠어요? 이걸 입으로 보쌈 하는 거 있잖아요."

말 떨어지기 무섭게 미희는 정우의 아랫도리 자존심을 한 손으로 덥석 그러쥐고 입을 동그랗게 오므려 앞으로 삐죽 내밀었다. 

"정희 씨가 있는데도?"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불쑥 튀어 나왔는지 정우 자신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희의 반응이 콩 튀듯 했는데 의외로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표정이었다. 

"어머, 당신 진짜 엉큼하다!" 

"웬 엉큼?"

"그럼 정희가 보는 앞에서 해줄 줄 알았어요?" 

"어라, 듣고 보니 당신이 더 이상하네. 꼭 그러고 싶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래.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불현듯 정우는 아내를 골려주고 싶은 장난 끼가 발동했다.  

"어머, 어머! 그 무슨 해괴망측한 …. 당신, 이제 생사람까지 잡을 셈이네요. 됐거든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꿈 깨세요!" 

아내 미희는 귀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는지 움켜잡고 있던 자존심을 놓으며 뽀로통한 표정을 짓더니 눈까지 살짝 흘겼다. 

"취, 취소! 나도 모르게 얘기가 엉뚱하게 빗나간 거야. 여보, 농담인데 뭘 그래. 화 풀어." 

이번에는 정우가 미희의 양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며 실실 웃었다. 

"됐어요. 나, 화난 거 아니에요. 참, 저녁은 먹었어요?" 

"지금이 몇 신데 …. 당신은?" 

"정희랑 먹었어요. 참, 정희가 당신에게 죄송하다며 맥주 사겠다고 했는데 같이 한 잔 하실래요?" 

정우는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당신 동창이지만 그래도 손님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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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거실에서 맥주 파티가 벌어졌는데 분위기는 불편함을 넘어 서먹서먹하기까지 했다. 

정희 그녀는 그녀대로 정우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했고, 정우는 정우대로 그녀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간 곤욕스럽지가 않았다. 

'젠장! 고역이 따로 없구먼!'

정우는 주고받을 화제꺼리가 마땅찮다는 게 불만이었다.    

사실 상대방의 치부나 약점을 안주 삼아 씹는다는 게 정우의 성격상 맞지도 않았지만 더더욱 남편의 외도에 맞불을 놓은 그녀의 가출소동을 주제로 삼고 싶은 용기 또한 없었던 것이다.

결국 술판 분위기는 부자연스럽다 못해 어색하기 짝이 없는 가운데 맥주잔만 비우는 횟수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불편한 기류를 감지한 미희가 그녀 몰래 정우에게 살짝 윙크를 날리며 한소리 했다. 

"당신 먼저 들어가 주무세요. 내일 출근해야 되잖아요. 난 정희와 남은 맥주마저 마시고 들어갈게요." 

그런데 그렇게 하세요, 하는 한마디쯤은 할 줄 알았던 정희 그녀는 정우를 일별하듯 하고는 반 정도 남은 맥주잔을 마치 자신의 지금 심정을 감추기라도 하듯 단번에 들이켰다.  

"정희 씨,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녀에게 한 마디 하고 곧장 안방으로 들어온 정우는 휴대폰으로 그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집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라도 해주는 게 예의고 경우일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녀 남편이 자신의 하룻밤 외박을 두고 후회와 반성을 했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같은 남자로서 어쩌면 연신 줄담배를 피우며 불안과 초조로 밤을 새울지도 모르는 초라한 몰골이 눈에 스쳤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정우가 고마운 짓을 한 건 눈곱만큼도 없는데 고맙다는 말을 전화를 끊을 때까지 수없이 반복했다. 

'자식, 완전히 기가 팍 죽었구먼. 그러니 매사에 조심성이 있어야지 …. 자고로 남자는 자의든 타의든 다른 여자 아랫도릴 훔치고 나서는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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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잠결이었다. 

뭔가를 은밀하게 도모하고 있는, 왠지 낯설지 않은 살가운 기운이 틀림없었다. 

그 진원지震源地는 다름 아닌 하반신 쪽이었고, 아랫도리 자존심은 뜨거운 뭔가에 감질나게 시달리고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야릇한 감각이 분명했다.   

눈이 절로 번쩍 떠진 정우는 얼른 고개를 들어 눈길을 하반신으로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랫도리 자존심을 괴롭히고 있는 장본인은 아내 미희였다. 

"아니, 당신 지금 뭐하는 짓이야?" 

익히 알고 있는, 하반신 한복판에 묵직하게 쏠리는 뻐근한 기운이 마냥 좋으면서도 짐짓 딴청을 부리는 게 남자의 못된(?) 속성이다. 

그 말에 아내가 정우를 올려다보며 별소릴 다한다는 투로 받아쳤다. 

"뭐하긴요? 보고도 몰라요. 약속대로 당신 아랫도리 홀리고 있잖아요." 

"후후, 이젠 아예 습관이 됐구먼."

"습관이 되도록 만든 건 당신이거든요. 그런데 여보, 오늘따라 이게 더 커진 거 같아요. 너무 신기한 거 있죠."

그때 아내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단단하게 발기되어 있는 정우의 자존심을 오른손 손아귀에 가둔 채 아래위로 문지르고 있었다. 

"그럴 리가?"

"아니에요. 당신도 한 번 봐요. 이것도 손오공 여의봉처럼 마음대로 늘어나는 모양이에요." 

"어디?"

정우는 고개를 들어 아랫도리로 눈길을 던졌다. 

"어때요? 내말 맞죠?"

미희는 정우의 자존심을 쥐고 꼿꼿하게 세우며 말했다.

"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구먼." 

아닌 게 아니라 침대 옆 갓스탠드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자존심은 마치 남의 것처럼 무척이나 낯설어 보였다. 

"에그,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아무튼 바람직한 현상이니까 가랑이 더 벌려요." 

"뭐야, 계속하겠다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당신 이게 오늘만큼은 제대로 혼 좀 내달라고 아우성인데 어떡해요?"     

말 끝나기 무섭게 남편의 하반신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한 미희는 언제나 그랬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런 손길로 불끈 달아올라 있는 남편의 자존심을 자유자재로 희롱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절로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머릿속 한 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는 뭔가를 끄집어냈다. 

"정희 씨는 자는 거야?" 

그랬다. 

그녀가 자지 않는데 이런 짓거리를 할 아내가 아닌 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신, 정희가 그렇게 마음에 걸려요?" 

그때 미희는 길게 빼문 혀로 자존심 끄트머리 테두리를 빙 둘러 핥고 있었다.

"당연한 거 아냐?" 

"뭐가 당연하다는 거예요?"

"사실이 그렇잖아. 당신에게는 둘도 없는 동창이지만 나한테는 엄연히 외간 여자란 말이야."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아무리 부부지만 그런 여자가 옆방에서 자고 있는데 보란 듯이 이런 행위를 한다는 건 너무 낯 뜨거운 일이잖아. 그리고 …."

"그리고, 뭐요?"

"만에 하나 잠을 깨서 엿보거나 엿듣는다는 상상을 해 봐. 생각만 해도 아찔한 거 아냐?" 

문득 정우는 어째서 생각지도 않은 그런 말이 술술 나왔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정도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미희는 그 말에 감동을 먹었는지 아니면 남편 입장에서는 결코 그냥 해보는 객쩍은 말이 아니라는 걸 느꼈는지 자존심을 손아귀에 가둔 채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해요. 어머, 여보! 이게 갑자기 왜 이래요?"  

"뭐가?"

정우는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화들짝 놀라는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당신 이게 죽었잖아요!" 

"허허, 정말 그러네."

그랬다. 

어느 틈에 정우의 자존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하게 팽창해 있던 살뼈는 온데간데없이 기가 빠진 몰골로 변해 있었다. 

"거참, 신기하네! 이것도 분위기를 탈 줄 아는 모양이네. 정말 웃겨!"

아내는 뭐가 신기하고 우스운지 어느새 후줄근하게 기가 빠져있는 자존심을 내려다보며 주절거렸다. 

"후후, 그건 당신더러 오늘만큼은 포기하라는 메시지야. 그러니 이리 와서 내 팔베개 하고 누워. 재워줄 테니까." 

그러자 이미 단단한 살뼈가 온데간데없는 자존심에 진한 입맞춤을 한 미희는 정우 옆으로 몸을 날린 다음 팔베개를 하고는 냉큼 자존심을 움켜쥐며 경고성 멘트를 서슴지 않았다. 

"참, 당신 약속 하나 해요!"

"뭔 약속?"

"말로는 약속이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경고니까 명심해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내 말은 정희 남편처럼 다른 여자 거기에 이걸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거예요! 아셨죠?" 

"됐거든." 

"뭐가 됐다는 거예요?"

미희가 눈을 흘기며 다그쳤다.

"내 말은 밤에는 천하에 둘도 없는 요부가 되는 당신 상대하기도 버거운 놈이 바로 나라는 얘기야." 

"아무튼 명심해요! 만약에 그랬다간 …. "

"그랬다간?"

"이걸 그냥 삭둑 잘라버릴 테니까요!"

말 끝나기 무섭게 미희는 이제는 아예 기가 빠질 대로 빠져 있는 자존심을 있는 힘껏 꽉 움켜쥐었다.

"윽! 아, 알았으니까 어서 잠이나 자!" 

순간 정우는 자존심에 가해지는 몹쓸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 같아서는 한 잔소리 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당신 명심해요! 이건 누가 뭐라 시비를 걸어도 장미희 내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아셨죠?" 

"알았다니까 그러네. 어라, 벌써 코까지 고네." 

아내는 어느새 잠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정우는 그 소리를 자장가로 알고 아내 미희를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잠이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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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정우 입장에서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장난의 운명인지 하루를 마감하는 어둠을 돌아앉게 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저, 정희 씨!" 

미처 빼내지 못하고 오줌보에 꽉 차있는 맥주를 배설해 버릴 작정으로 트렁크팬티 바람으로 거실을 나온 정우는 순간 놀람보다는 당황, 당황보다는 당혹 그 자체에 숨이 턱하니 막혔다. 

"어머, 정우 씨!" 

그때 정희 그녀는 미희가 즐겨 입는 소매 없는 원피스 차림으로 불 꺼진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 정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화들짝 놀란 나머지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젠장, 여태 안자고 있었다는 얘긴데 … 근데 언제부터 나와 있었지? 혹시 우리 얘길 다 엿들은 거 아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정우는 순간 모골毛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정우는 자신의 차림새가 꼴불견이라는 사실에 적이 당황해야만 했다.  

'젠장!' 

그랬다. 

위에는 러닝샤쓰라도 입고 있었기에 미관상美觀上 별 문제될 건 없었지만 트렁크팬티 하나만 달랑 걸친 아랫도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민망하지 않을 수 없는 터라, 부리나케 화장실로 도망치듯 들어가 일단 볼일을 봤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건 화장실에서 막 나왔을 때였다. 

"정우 씨, 그냥 들어갈 건가요?"  

"네?!" 

'이건 또 무슨 경우지?'

야심한 시간에 화장실에 볼일 보러 나온 동창 남편을 붙잡으려는 색깔 있는(?) 저의가 무엇이든 간에 그냥 자연스럽게 못들은 척 하고 들어가 주무세요, 하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 안방 바로 앞에 서서 뭔가를 갈망하는 듯한 눈빛의 그녀를 똑바로 대하고 있는 정우는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보여 우습기까지 했다. 

"정우 씨, 10분이라도 좋으니 있다 들어가면 안 될까요?" 

그때 그녀는 정우를 뚫어질 듯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문득 정우는 10분이 1시간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의 청을 박절하게 외면하지 못했다. 

"그럼 옷 좀 입고 …." 

아무리 그래도 팬티 바람으로 그녀를 대할 수 없다는 정우의 의지는 그녀의 일방적인 강요(?)에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정우 씨, 그대로 오시면 안 될까요?" 

"네?"

순간 정우는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싶어 멀뚱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왠지 그대로 들어가면 다시 안 나올 것 같아서 그래요." 

막상 듣고 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을 법 했다. 

깊은 잠에 곯아떨어져 있는 아내 미희를 보는 순간 이 야밤중에 아내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는 공간에서 외간 여자와 단 둘이 마주한다는 것만으로 죄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변심 내지는 배신(?)을 때릴 수도 있으니까. 

"정희 씨에게 흉이 안 된다면 … 그, 그러죠 뭐." 

해서 정우는 트렁크팬티 안에서 덜렁거리는 자존심에 바짝 신경을 쓰며 상석 소파에 엉덩이를 내렸다. 

그때 정우는 처음으로 마른 침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그만큼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우 씨, 고마워요. 선뜻 응해 주셔서 …." 

"자. 잠자리가 불편했던 모양이죠?"

"그건 아니에요. 정우 씨, 죄송하지만 양주 한 잔 할 수 있을까요?" 

"그래요. 잠이 안 올 땐 양주 한 잔이 수면제 역할을 하니까요." 

정우는 그때까지만 해도 술의 힘을 빌려 잠을 청하고자 하는 그녀의 안간힘으로 받아들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 따윈 추호도 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정우 씨." 

잠시 후 정우는 스트레이트 양주 한 잔을 그녀 앞으로 내밀며 위로 차원에서 한 마디 건넸다.  

"정희 씨. 여기요. 그리고 너무 상심하지 않았음 해요. 그 친구 곧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그럴까요?"

정희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힘이 없었다.

"그럴 겁니다. 남자의 바람은 일시적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우 씨, 전 절대 용서할 수가 없어요. 아내 가슴에 대못 질을 한 배신이기에 말이에요." 

그렇게 내뱉은 그녀는 위스키 한 잔을 게 눈 감추듯 목 안으로 들이붓다시피 털어 넣었다.

"…"

정우는 남편의 외도를 배신으로 받아들이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자신 또한 남자이기 때문이었다. 

"정우 씨, 부탁 하나 들어주실래요?" 

"부탁이라뇨?"

뜬금없는 그녀의 부탁이란 말에 정우는 의아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우 씨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 그래요. 들어주실 거죠?"

그녀의 끝말은 숫제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다짐 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만큼 그녀에게는 절실한 부탁이었다. 

"무슨 부탁인지는 모르겠지만 … 제가 들어 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들어드릴 테니 말씀하세요." 

정우는 왠지 모를 담담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입에서 내뱉어진 한 마디는 그야말로 파격적破格的이었다.

"한 번 … 안아 주실래요?" 

"네?" 

순간 정우는 이 무슨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린가 싶어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문득 그녀가 처음부터 작심을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즉흥적인 충동이었는지조차 선뜻 분간이 되지 않는 터라 잘못 들은 환청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우 씨, 말도 안 되는 부탁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정우 씨가 절 안아줄 수만 있다면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에 어울리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희 씨, 그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해 줄 수 있나요?" 

문득 정우는 황당한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때 하더라도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바람을 생각하면 할수록 살이 떨려 미칠 것 같아요. 아니, 차라리 이대로 미쳐버렸으면 해요." 

"정희 씨!"

"정우 씨, 부탁이에요. 정우 씨 가슴에 단 1초라도 안길 수만 있다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요. 안아주실 거죠?"

그녀는 목소리로 애처로울 정도로 떨려 있었다.  

"저, 정희 씨?" 

순간 정우는 이런 황당무계한 반전을 염두念頭에 두고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면 냅다 따귀라도 한 대 올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왜?'

진한 의문이 뇌리 깊숙이 똬리를 트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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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3 by 썰맨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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